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지육중심 소‧돼지 유통 벗어나야 유통선진화 가능

이슈 진단 정의

by 해답은 있다 2015. 5. 27. 18:28

본문

지육중심 소‧돼지 유통 벗어나야 유통선진화 가능포장유통의무화, 비위생적 운송 실상 벗어날 유일한 대안
김재민 기자  |  jmkim@amnews.co.kr

  
 

농협축산물공판장의 위생문제를 다룬 KBS 보도와 관련해 농협중앙회가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지육중심의 소․돼지 유통체계의 개편 없이는 운송 과정 중 위생문제가 반복해서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KBS가 단독보도한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도축장에서 도축과 경매를 마친 지육을 차량에 적재하는 과정에서 현수해야하는 규정을 어기고 냉장탑차 바닥에 쌓아서 운반하거나, 사람이 지육을 등짐으로 나르는 행위, 소와 돼지 지육을 한차에 운반한 내용을 문제 삼았다.

KBS는 이를 농협이 규정을 어기고 직접 작업을 한 것처럼 묘사함으로써 농협축산물공판장이 위생기준을 크게 어기고 있는 것처럼 소비자들에게 각인되게 만들었다.

이에 이번 보도와 관련 축산물의 운송 중 어떤 것이 문제이고, 위생적으로 축산물을 운반하기 위해서는 어떤 제도가 도입돼야 하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 KBS 지적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기자는 KBS의 보도가 사실에 근거해 문제를 지적했는지 알아보기 위해 축산물위생관리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에 축산물 운반에 관한 사항을 찾아봤다.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 [별표 2] 영업장 또는 업소의 위생관리기준(제6조제1항 관련)에는 운반업자가 지켜야하는 내용이 자세히 나와 있다.

당시 KBS 보도에서 가장 문제로 지적한 것은 지육을 현수하지 않고 바닥에 쌓아서 운반했다는 것인데, 별표2 ‘마’에 운송업자가 지켜야할 사항에는 작업자의 복장, 차량과 작업도구의 세척소독, 식육 운반 시 벽이나 바닥에 닿지 아니하도록 위생적 취급, 냉장기를 가동해 적정온도 유지해야 한다는 이야기만 나와 있을 뿐, 소와 돼지를 함께 실으면 안 된 다거나 현수해야 한다는 조항은 빠져 있다.

현수 관련 조항은 도축장에서 도축작업을 할 때만을 한정하고 있으며, 이후 공정에 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이 명시조차 되어 있지 않다.

결국 작업자가 등짐으로 나르던, 지게차로 나르던 지육이 바닥이나 벽에 닿지 않도록 하고, 작업자가 청결한 복장을 갖추고, 냉장고만 잘 가동하면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축산물위생처리법 시행규칙 
  [별표 2] 영업장 또는 업소의 위생관리기준
  마. 축산물운반업
   (1) 축산물의 상·하차 작업을 할 때에는 위생복·위생모·위생화 및 위생장갑을 착용하고, 항  상 청결히 유지하여야 한다.
  (2) 작업 전에 운반차량 적재함·작업도구 및 위생화 등을 세척 소독하여야 한다.
  (3) 냉장(냉동)기를 가동하여 적정온도가 유지된 후 지육의 운반을 시작하여야 한다.
  

 

■ 관리감독 권한은 누구에게

여기서 더욱 큰 문제는 관리감독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에 있다.

만약 농협공판장이 중도매인에게 소를 수탁판매하지 않고, 매입해 직접 가공해 운반까지 하는 통합경영체라면 냉장차량에 적재하는 과정에서 지육을 비위생적으로 관리한 부분은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하지만, 경매를 통해 해당지육의 소유권이 중도매인에게 넘어갔기 때문에 농협이 공판장 이용자인 중도매인과 중도매인이 고용한 직원을 관리 감독할 권한이 없다.

농협공판장을 비롯한 도축장에는 식약처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아 광역시도에서 파견한 도축검사관과 검사원이 상주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이 지육 운반을 위한 작업에 대해서도 관리를 할 책임이 주어진다고 볼 수 있다.


■ 그럼에도 개선해야할 것은 있어

이번에 보도된 영상을 보면 운송업체나 중도매인 소속 작업자들의 복장상태나 냉장차량의 위생상태가 청결해 보이지는 않아 농협이 책임 질일은 아니더라도 위생적으로 축산물이 유통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축산물 운송방법의 보완은 필요해 보인다.

도축장의 시설이 전반적으로 경쟁 도축장보다 좋은 농협공판장이 이러한 수준이라면, 나머지 도축장의 개선 여지는 더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신 도축설비와 경험 많은 도수에 의해 위생처리 된 축산물이 정작 운송단계에서는 전단계의 위생처리를 무색케 할 정도로 낙후돼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한 투자와 관리감독이 필요해 보인다.

소와 돼지고기의 운송과정이 후진적인 이유는 국내 축산물 유통이 부분육이 아닌 지육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 한 마리, 돼지 한 마리를 통째로 매입해 이를 또 한 마리 단위로 운송해야 하기 때문에 차량에 이를 싫고 내리는데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도축장에서 차량에 옮기는 것도 엄청난 무게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데, 마찬가지로 육가공공장이나 정육점에 내려놓을 때도 같은 일이 반복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불편하고, 상하차시 자동화 할 수도 없는 지육거래가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의 정육점과 육가공업자들이 소분하는 과정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때문이다.

직접 소분할 할 경우 비용절감도 절감이지만, 소분할하는 과정에서 저가 부위를 비싼부위로 조금씩 붙여 가공하는 관례가 업계에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구매가격 공개로 큰 마진을 남길 수 없는 축산물판매업의 특성상 상당수의 육가공업자나 정육점 주들이 소분할 과정에서 이러한 부정을 저질러 이윤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 축산물포장유통 의무화로 가야

결국 농가들이 애써 생산하고, 도축장에서 정성스럽게 가공한 축산물이 지육중심의 거래문화로 인해 상품 가치를 하락시키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또 소분할 과정에서 주체가 누가 됐든 간에 기회주의적 행동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유통업계 종사자 스스로 부도덕한 사람이라는 낙인을 찍는 일이 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축산물의 유통을 지육이 아닌 부분육으로 가공해 부위별로 포장해 거래하는 문화를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박스 포장을 할 경우 지육상태보다 더 많은 양을 냉장탑차를 통해 운반할 수 있고, 또 상하차 시간도 줄이고, 자동화로 인력 사용을 최소화 하면서 비용도 큰 폭으로 절감할 수 있다. 또한 포장유통 의무화는 이력제의 완성도 또한 높일 수 있다. 지육이 육가공공장이나 정육점에서 분할되는 과정에서 관련 서류를 입력하는 등의 업무가 번거로워 질수 있는데, 도축장에서부터 부분육으로 포장이 될 경우 간단히 바코드 입력만으로 이력을 관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재 대부분의 도축장이 육가공시설을 보유하지 못하거나 또는 보유하더라도 그 공간이 매우 협소해 도축한 물량 전체를 가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데 있다.

결국 축산물의 위생처리 그리고 위생운반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현재 도축시설 현대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육가공공정을 포함하도록 하고, 공판장과 도매시장도 지육경매 이후 도축장 내에 위치한 육가공장 이용을 의무화 하거나, 반대로 부분육으로 가공된 축산물을 경매하는 방식으로 전환해 나갈 필요가 있다.


■ 축산물유통구조 개선 명확한 것부터

지금까지 축산물유통구조 개선 담론은 뜬구름 잡는 것과 같은 유통구조 축소나 직거래 등에 맞춰져 있었다.

축산물이 유통되는 과정에서 소유권이 이전되는 과정이 축소될 수는 있지만, 가축을 수송- 도축-육가공-소매업으로 이어지는 각 공정과 단계는 줄어들지 않기 때문에 지금까지 축산물유통구조 개선이라는 사업을 통해 얻어낸 결과물은 신통치 않았다.

실제로 유통의 효율성을 높여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는 단계축소가 아닌, 부분육으로 포장유통을 의무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축산물의 운송과정의 비효율성은 지육중심의 거래문화가 주된 원인이기 때문에 정부가 로드맵을 마련해 도축장에서 지육형태가 아닌 박스포장형태로 반출하는 것을 권장하고, 도축장 평가시 포장유통이나 부분육 유통을 많이 하는 도축장에 더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제도개선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를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도축장 구조조정과 도축시설현대화 등 도축관련 행정에서 육가공을 함께 다룸으로써 포장유통의무화를 위한 인프라가 갖춰질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물류효율을 높이기 위한 포장유통을 유도하고 있고, 몇몇 품목은 박스포장, 망포장 등 물류의 표준화가 정착되면서, 시장의 물류효율을 높이면서 유통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게 됐다.

축산분야 유통구조 개선 사업도 물류의 표준화와 효율화에 정책 초점을 둠으로써 효율성과 위생 모두를 담보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

 

< 저작권자 © 농축유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김재민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