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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축산물 경쟁력, 어디까지 가능할까

축산

by 해답은 있다 2009. 11. 6.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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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R 충격에 박차 가했던 가격·품질 경쟁력 제고 노력 버팀목 됐다

김재민 기자,jmkim@chukkyung.co.kr

등록일: 2009-09-18 오후 1:23:26

개방이라는 파고 속에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의 시간을 보내온 우리 축산업계가 축산시장 개방 10년 만에 또 다시 개방확대라는 악제에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우리 축산시장의 마지막 안전장치였던 관세의 완전한 제거가 현실화 되면서 많게는 40% 적게는 20%의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시한은 앞으로 10년이다.

‘가격 낮추기보다 품질 높이는 것이 쉬웠다’ 
지금까지 우리 농업은 품질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춰 온 것이 사실이다.
가격 경쟁력 확보라는 명제가 주어지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축산내부에서는 이를 포기한 듯한 인상이 깊었다.
축산 지도자들이나 정부 관계자들의 입에서 늘 나오는 이야기는 고품질 축산물 생산을 통해 수입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자는 것이었다. 신선도가 생명인 농축산물의 특성상 품질을 끌어 올리면 비싸더라도 승산이 있다는 인식에서다.
실제로 2007년과 2008년 미국에 쇠고기 시장을 다시 열었지만 국내 한우산업에 끼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UR협상 이후 꾸준히 추진해온 품질고급화 정책과 자조금을 통한 애국심마케팅이 힘을 발휘하면서 가격 차별화에 성공했고 한우는 고가의 명품이요 수입은 싸구려라는 인식이 국민들의 생각에 정착된 결과다.
이는 양돈, 양계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돼 수입에 따른 국내 시장의 파동은 크지 않다.
다만 내부에서의 수급조절 실패에 따른 혼란은 계속 있었을 뿐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가격은 낮추고 품질은 제고해야’ 
하지만 관세가 철폐되는 FTA 발효시대에도 같을 것인지는 답이 없다.
유럽과의 FTA가 발효되면 유럽산 돼지고기 국내 도착가격이 kg당 3000원이면 충분하다고 이야기한다. 품질에 큰 차이가 없다면 어느 순간 소비자들도 왜 우리 돼지는 이렇게 비싸지 하는 의문을 가질 날이 올 것이다.
경쟁은 생존을 위한 활동으로 이어지는데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라이벌 보다 품질이 월등히 높거나, 가격이 저렴하거나 아니면 모두를 가져야만 한다.
경쟁이란 라이벌이 있어야 하는데 2000년 이전까지 우리 농업에서 경쟁이라는 것은 없었다. 국경은 꽁꽁 막혀 있었고 농장과 농장간의 경쟁도 2000년대 들어 생겨난 브랜드 경영체간의 경쟁도 서로가 규모의 경제를 이루지 못하고 자급률이 미미한 상황에서 무의미했다.
다만 수급조절 실패로 공급이 과잉될 경우 동반몰락이 있었을 뿐이다.

낙농, 경영체간 품질 경쟁 가속 
협동조합이 주도하던 낙농유가공시장에 일반기업체들이 손을 대면서 80년 대 이후 협동조합 진영과 일반유업체간 경쟁이 서서히 시작됐다.
하지만 90년대 중반까지 국내 낙농유가공 시장은 최고의 블루오션으로 해외에 시장이 개방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수요에 비해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면서 모든 업체들이 호황을 누린 시기였다.
제일 먼저 시작된 경쟁은 매일과 남양으로 대변되는 조제분유시장의 경쟁이었다. 서울우유가 분유시장을 포기하게 된 경우도 경쟁에서 뒤처졌기 때문으로 이후에도 매일과 남양은 신제품 출시경쟁 포뮬러의 다양화 생산방식의 개선 등으로 시장을 장악했고 외국의 거대 조제분유 업체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게 만들어 버리는 등 낙농유가공업계의 품질 경쟁의 원조가 됐다.
이후 시유시장에서 경쟁이 벌어졌는데 후발업체인 파스퇴르가 주요 일간지에 광고를 통해 고름우유 파동을 촉발시키면서 유질 경쟁을 촉발시켰다. 이후 국내 원유는 세균 및 체세포 수준이 선진국 수준을 넘어서는 등 유업체간의 치열한 경쟁은 낙농분야 품질고급화에 일조하게 됐다.

육계, 계열업체간 경쟁이 경쟁력 강화 견인 
닭고기 부분의 경쟁은 품질 경쟁보다는 가격 경쟁으로 기울었다.
닭고기분야 경쟁은 계열화가 진척되면서 부터다. 사육주기가 짧아 투기산업으로까지 불렸던 닭고기는 정부가 이를 근절하겠다며 계열화를 추진했지만 최근까지도 투기성 관행은 고쳐지지 않았다.
닭 값이 오를 것이다 내릴 것이다 하는 전망에 따라 물량을 조절 하지 않았고 거래처 확보는 두 번째요 일단 닭을 확보하겠다는 생각에 물량을 계속 늘리면서 가격 하락을 촉발시켰고 이 과정에서 수많은 업체들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천호, 미원 등 대기업중심의 계열화 1세대가 사라지고 이후 여러 차례 구조조정을 거친 끝에 현재 하림, 마니커, 체리부로, 동우 4강체제로 안정을 이뤘다.
계열화 업체 간 경쟁 속에 첫 번째로 이뤄진 것은 냉동닭에서 냉장닭으로 유통의 일대 혁신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한우와 돼지고기의 냉장유통이 축협의 정책 속에 이뤄진 것이라면 냉장닭고기는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업체 간 경쟁의 산물이다.
이후 계열업체들은 닭고기 품질보다는 보다 저렴한 가격에 닭을 키우려는 생산성 경쟁에 돌입했다. 2.0을 상회하던 닭고기 사료요구율이 1.7대까지 떨어진 것. 이후 닭고기의 후방산업인 종계에 손을 대고 이어 사료산업까지 육계산업 안으로 끌어 들이며 원가절감 노력을 지속했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며 규모의 경제까지 실현하는 등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나친 가격 경쟁이 계열업체도 멍들고 육계농가들까지 어렵게 만들었다며 부작용을 말하지만 어찌됐건 치열한 경쟁 속에 어느 덧 수입닭고기와의 가격 차이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이 사이 사육농가들도 계열업체들이 치열한 경쟁 속에 사육비 정산 방법이 달라지고 수입이 예전보다 박해지기 시작하자 이를 해소하기 위해 계사의 현대화 등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규모의 경제를 벌이며 자구책을 마련하면서 유례가 없는 가격 경쟁력을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됐다.
다만 아쉬운 것은 육계산업이 지나친 경쟁 속에 품질고급화 노력보다는 가격 경쟁으로 너무 치우친 면이 많아 이에 대한 성찰이 앞으로 일어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계란, 치열한 내부 경쟁이 규모화 원동력 구실
우유와 닭고기가 경영체간의 경쟁이었다면 계란은 어찌보면 생산 농가 자신과의 싸움이었다. 계란의 특성상 신선란의 수입이 불가능한 시장이고 우유나 닭고기처럼 대형 계열업체도 없다. 
하지만 계란가격은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개당 100원 내외에서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그 사이 사료가격도 인건비도 자재비도 모두 올랐지만 아직도 많은 농가들이 100원 내외에서 계란을 출하하고 먹고사는데도 큰 지장은 없는 듯 하다.
농가 차원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산란계분야는 규모화가 곧 경쟁력으로 이어졌다. 계란가격이 고정됐다는 것은 같은 규모를 유지할 경우 농장주가 취하는 이득이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1~2만수 키우던 농장들이 3~4만수로 3~4만수 키우던 농장들은 5~6만수로 확장을 계속했다. 줄어든 마진을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해소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채란업계는 대군업자들이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한 농장에서 50만수 100만수까지 키우면서 여러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산란계 산업의 규모화가 어디까지 갈수 있는지를 이야기 해주는 반증이기도 한데 이로 인해 계란은 늘 수급 불안 상황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소비부분에 맞게 수급을 조절하려는 노력보다 개별 농장의 사육규모를 늘리는 쪽으로 경쟁이 일어나면서 최근에 와서는 수급조절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사육부분에서부터 터져 나오고 있다.
여기서 더 나가 검증은 안됐지만 조금이라도 가격을 더 받고자 각종 기능성 계란을 출시하며 차별화 품질고급화에도 어느 정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무항생제, HACCP 인증에 등급제 수용까지 품질고급화와 차별화를 위한 노력도 한창 진행 중이다.

‘성공한 정책에 모범 사례 접목 필요’ 
이렇게 살펴보니 지금까지 우리 축산부분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몸부림이 얼마나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어느 곳은 품질로, 어느 곳은 규모의 경제 실현으로, 어느 곳은 생산성 향상으로 각기 자신들이 할 수 있는 곳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경쟁력을 갖춰 온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많게는 40%, 적게는 20%대의 가격 경쟁력을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특명이 떨어졌다. 
미국·유럽 등과 체결한 FTA가 발효되면 우리 축산 보호의 최후의 보루인 관세가 철폐되기 때문이다.
품질은 앞서지만 가격 경쟁에서 취약한 한육우가 걱정이고 규모화는 이뤘는데 질병통제가 안 돼 단위당 생산성이 떨어지는 양돈도 문제다. 품질고급화를 이뤘지만 기본적인 집유체계를 개선하지 못한 낙농도 문제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자랑하는 양계분야는 품질고급화, 고질적 수급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
하지만 경쟁력 확보를 해온 다른 축종에서의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해결 점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성공한 사례에 다른 축종에서 성공한 사례를 접목한다면 외국 축산물이라는 라이벌과의 경쟁에서 승리는 장담하지 못하더라도 현재의 수준은 유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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