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농장에서 식탁까지

산란일자 표기 생산자는 왜 반대할까?

해답은 있다 2017. 10. 1. 00:56

산란일자 표기 생산자는 왜 반대할까?


- 재고부담 양계농가에 집중, 농가 피해 불가피

- 산란일자 위변조 가능성도 커, 범법자 양산

- 유통 시스템 개선에 행정력 집중 필요

 

 

김재민(jmkim@faeri.kr)

 

키워드 : 계란, 계란유통기한, 계란산란일자, 계란표시기준

   <목 차>

1. 유통기한과 품질유기한 표시방법

2. 산란일자 표기 왜 반대하나

3. 농가에 불리한 계란의 유통구조

4. 합리적 유통구조 개선 방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달걀 난각에 산란일자, 생산자 고유번호, 사육환경 번호 등을 표시하도록 하는 축산물의 표시기준일부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채란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식약처의 계란 난각에 산란일자 표기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 최근 계란 내 살충제 성분 잔류로 인한 혼란을 틈타 계란의 위생과 안전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산란일자 표기를 강행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요 내용은 달걀의 난각 표시를 위·변조하거나 미표시하는 경우 행정처분 기준 강화 난각 표시사항 변경(시도별부호·농장명 등산란일자·생산자고유번호·사육환경번호) 이다.

난각표시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난각에 산란일 또는 고유번호를 미표시한 경우의 행정처분 기준을 1차 위반 시 현행 경고에서 영업정지 15일과 해당제품 폐기로 강화한다. 또한 난각의 표시사항을 위·변조한 경우 1차 위반만으로도 영업소 폐쇄 및 해당제품 폐기할 수 있도록 처분기준을 마련했다.

달걀의 난각에 시도별부호와 농장명 등 대신 달걀의 산란일자, 생산농장의 고유번호, 사육환경번호를 표시하도록 해 소비자가 달걀을 구입할 때 보다 자세하고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이번 표시기준 개정에서 쟁점은 산란일자 표기다.

신선도가 생명인 계란의 산란일자 표기는 소비자 알권리 차원에서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생산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조치여서 식약처의 계획처럼 산란일자 표기가 의무화될지는 여론수렴과정 기간인 20171010일까지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 유통기한과 품질유기한 표시방법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고시하는 식품 표시기준에 따르면 유통기한품질유지기한이라는 용어가 나온다. 유통기한은 제품의 제조 또는 소분일로부터 소비자에게 판매가 허용되는 기한을 말하며, ‘품질유지기한은 식품의 특성에 맞는 적절한 보존방법이나 기준에 따라 보관할 경우 해당식품 고유의 품질이 유지될 수 있는 기한을 말한다.


구분

품목

유통기한

표시대상

제조·가공·소분·수입한 식품

유통기한 표시 생략 가능 제품

자연상태의 농··수산물, 설탕, 빙과류, 식용얼음, 껌류(소포장 제품에 한함), 식염, 주류(맥주, 탁주 및 약주 제외) 및 품질유지기한으로 표시하는 식품

품질 유지기한

표시대상

레토르트식품, 통조림식품, 쨈류, 당류(포도당, 과당, 엿류, 당시럽류, 덱스트린, 올리고당류에 한함), 다류 및 커피류(액상제품은 멸균에 한함),음료류(멸균제품에 한함), 장류(메주 제외), 조미식품(식초와 멸균한 카레제품에 한함), 김치류, 젓갈류 및 절임식품, 조림식품(멸균에 한함), 맥주, 전분, 벌꿀, 밀가루

자료 : 식약처


유통기한의 정확한 의미는 식품을 제조, 가공, 판매하는 영업자가 이 식품을 판매할 수 있는 법적인 기한으로 제조, 가공, 소분, 수입한 모든 식품은 유통기한을 표기해 판매토록 하고 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판매하거나 외식업체나 식품가공업체 등에서 이를 사용하고 있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모든 판매 식품에 유통기한을 표시할 수는 없다. 유통기한을 표시하기 어렵거나 의미가 없는 자연 상태의 농··수산물, 설탕, 빙과류, 식용얼음, 껌류(소포장 제품에 한함), 식염, 주류(맥주, 탁주 및 약주 제외) 및 품질유지기한으로 표시하는 제품은 유통기한을 제외할 수 있다.

품질유지기한을 표시하는 식품에는 레토르트식품, 잼류, 당류(포도당, 과당, 엿류, 당시럽류, 덱스트린, 올리고당류), 다류 및 커피류(액상제품은 멸균에 한함), 음료류(멸균제품에 한함), 장류(매주 제외), 조미식품(식초와 멸균한 카레제품에 한함), 김치류, 젓갈류 및 절임식품, 조림식품(멸균에 한함), 맥주, 전분, 벌꿀, 밀가루가 해당된다.

축산물의 경우 아이스크림류는 유통기한 표시를 생략할 수 있고 대신 제조일자를 표기해야 한다. 유통기한을 표기해야 하는 축산물은 처리제조가공수입하는 축산물이다. 계란의 경우 식용란수집판매업의 영업자가 계란을 포장하는 때에는 최소포장단위에 유통기한을 표시해야 하며, 산란일의 표기는 난각에 표기할 수 있으나 의무는 아니며, 포장단위에 유통기한을 표기하거나 산란일로부터 몇 일로 표기가 가능하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그 동안 유통기한을 표기해오던 관행을 깨고 제조일자와 유통기한 표기를 병행하면서 우유시장이 크게 요동친 적이 있었다. 그 동안 우유의 유통기한은 20일 내외로 추정이 됐을 뿐 소비자들은 제조 후 유통기한이 며칠인지를 잘 알지 못했다. 유통기한 표시 방법은 제조일자 표기 후 제조일자로부터 며칠간 이라는 표시방법과 단순히 며칠까지라는 유통기한 날짜를 찍는 방식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 표기하도록 되어 있었고 서울우유는 차별화방법으로 다른 우유제조업체는 엄두도 못내던 제조일자 표기를 함으로써 타 우유보다 더 신선하다는 이미지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킨바 있다.소와 돼지 그리고 닭고기와 오리고기 등 육류의 경우 포장지 등에 도축일자를 표기하도록 되어 있어 소비자들은 육류구매시 해당 육류가 얼마나 신선한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되고 있다.

이러한 타 품목의 유통기한 표기 방식을 감안할 때 산란일자의 표기는 언제 생산 된지 알 수 없는 계란의 특성상 합리적으로 보이지만 다른 품목의 축산물과 다른 유통방식으로 인해 산란일자 표기는 양계농민에게 소비자가 생각지 못하는 커다란 부담을 주기 때문에 생산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2. 산란일자 표기 왜 반대하나

현재 제도하에서도 산란일자 표기는 유통기한을 표기하는 방식 중 하나이다. 산란일자표기 후 며칠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표기가 가능하며 몇몇 농가는 거래하는 유통업체의 요구에 의해 산란일자를 표기하는 경우도 있다.

서울우유의 제조일자 표기가 유통기한을 표기하는 방식 중 하나인 것과 마찬가지다. 서울우유는 그 동안 업계 관행인 유통기한만을 표기하던 방식에서 제조일자를 표기하고 좀 더 신선한 우유라는 차별화를 시도했고 큰 재미를 봤는데 계란의 산란일자 표기도 같은 맥락으로 사용되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식약처가 추진하는 계란의 산란일자 표기는 의무사항으로 만약 이번 법령이 실제로 시행이 되면 이제 계란은 산란일자와 유통기한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첫 국가가 될지도 모르겠다.

계란생산 농가들이나 계란유통업자들이 산란일자 표기 반대 이유는 계란만의 독특한 유통구조와 방법 때문이다.

소와 돼지, , 오리 등의 육류는 도축이라는 공정을 거치면서 육류라는 상품으로 전환되고 이후 도축일자, 가공일자가 부여되고 유통기한은 가공한 날을 기준으로 설정이 된다. 상품에 유통기한을 표기하던, 제조일자를 표기하던 농민들 입장에서는 부담을 갈 일이 전혀 없다. 도축이 되는 축산물의 소유권이 유통업자에게 넘어가기 때문이다.

계란은 농장에서 생산과 동시에 상품이기 때문에 농장에서 곧바로 출하되지 않을 경우 재고 부담을 농민이 져야 한다. 보통 중소규모의 농장의 경우 계란유통상인이 2~3일에 한번 농장에 들려 계란을 수거해 가기 때문에 3일전 계란부터 오늘 생산된 계란까지 출하가 이때 된다. 이 상품이 마트 등에 진열이 되면 소비자들은 산란일자를 보고 최근 생산된 제품만을 소비할 것이기 때문에 2~3일 묵은 계란은 진일 당일부터 할인판매를 하거나 극단적인 경우 폐기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규모가 큰 농장들도 주중 매일 출하를 하지만 금~일요일 생산된 계란의 경우 월요일에 출하하기 때문에 중소농가와 마찬가지로 묵은 계란이 발생해 동일한 피해가 발생한다. 그리고 추석이나 설과 같이 연휴가 긴 경우에도 묵은 계란은 어쩔 수 없이 발생하니 생산자는 묵은 계란은 덤핑해 판매를 할 수밖에 없게 된다.

계란과 같이 매일 생산되는 낙농목장의 우유는 2~3일 묵은 우유라 할지라도 가공 후에 제조일자를 부여하게 되니 농가의 부담이 없고, 우유는 주말이나 명절 할 것 없이 매일 같이 집유를 해가는 시스템이기 때문에 낙농가들이 재고 부담을 느끼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생산자는 산란일자의 위변조 유혹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된다. 산란일자를 농장주나 유통업자가 표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일부 기회주의적 농가는 묵은 계란의 산란일자를 변조할 가능성이 있고, 2~3일 묵은 계란을 조금 싼값으로 사들여 산란일자를 변조하는 유통상인도 나타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유통시스템 속에서는 산란일자를 위변조해 방금 낳은 계란처럼 보이게 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이 제도는 자칫 범법자를 양산하는 제도가 될 수 있다.

육류의 경우 숙성 과정을 거쳐야 고기의 맛이 나기 때문에 유통기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소는 최소 10일은 지나야 사후강직이 풀리며 고기의 맛이 상승하고, 돼지도 3~5일은 지나야 맛이 난다. 하지만 계란은 신선도가 가치의 최고 척도이기 때문에 2~3일 묵은 계란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3. 농가에 불리한 계란의 유통구조

재고 부담을 농가들이 지고 있는 계란에 대한 산란일자 표기 의무화는 타 품목과 비교했을 때 큰 차별이다.

다른 품목도 수확일자를 표기하라고 한다면 큰 혼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혼란은 유통업자의 혼란이지 생산자의 혼란은 아니다. 저장을 해야 하는 품목이 아닌 대부분의 신선식품은 수확과 동시에 곧바로 유통업자에게 판매가 이뤄지는데 유통기간이 짧은 만큼 재고에 대한 부담을 피하기 위해 다음단계 유통업자에게 물건을 빠르게 넘기는 게 특징이다.

농가들은 포전 거래를 통해 수확에서 오는 리스크를 산지유통인에게 넘기기도 하고, 수확 후 직접 도매시장으로 농산물을 넘기는 행동을 하게 되는데, 수확한 농산물을 가지고 있으면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하지만 이러한 농작물들은 대부분 1회 파종해 1회 수확 후 판매하는 품목이 대부분으로 계란과 같이 연중 연속해서 생산이 이뤄지는 품목과 비교했을 때 재고 부담이 덜한 품목이다.

가축의 경우도 도축과 동시에 모두 팔려가는 구조이고, 우유는 유업체가 육계는 육계계열업체들이 때가 되면 매일 집유해 가고 있다.

농가가 농산물을 끌어안고 팔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품목이 없다는 것이다.

 

4. 합리적 유통구조 개선 방안

계란의 산란일자 표기는 소비자에게 신선한 계란이 어떤 것인지를 구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을 없애 농가나 유통업자가 기회주의적 행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목적일 것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일방적으로 농가들만 피해를 보는 이번 조치는 균형을 잃었다 할 수 있다.

최근 국회에서 개최된 계란 안전위생수준 향상을 위한 유통구조 개선방안토론회(김현권 의원실 주최, 2017. 9.11)에서 계성의 권익섭 전무는 청중토론에서 계란을 산란 직후 냉장 보관을 하게 되면 10~20일 묵은 계란이나 산란 직후 계란이나 품질의 차이가 거의 없다소비자에게 신선한 계란이 판매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산란일자 표기보다 상온유통을 금지하는 것이 먼저라고 밝혔다.

권 전무는 상온에 유통된 2~3일 된 계란보다 냉장보관 된 10일 지난 계란이 더 신선하지만 소비자들은 산란일자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기 때문에 오히려 신선하지 않은 계란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오류를 범하게 된다식약처가 할 일은 농가와 소비자 모두가 손해 보지 않도록 계란의 냉장유통을 의무화 하는 제도를 실행해야 한다고 밝힌바 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냉장유통의 필요성을 오래 전부터 제기하고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난각 표시 내용을 위변조 했다고 농장폐쇄와 같은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겠다는 계획도 위반사안에 비해 과도한 징벌로 보인다. 위변조 유혹이 있는 농장 내 표기가 아니라 계란유통센터에서 일괄적으로 표기하도록 한다면 위변조 가능성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친환경인증을 받지 않은 계란에 친환경 코드를 부여해 유통시킨다 해서 해당 계란이 친환경계란인지 일반계란인지 소비자가 구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시 위변조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이다.

식약처가 해야 할 일은 계란의 위생과 안전을 높이고 각종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는 계란유통시스템을 만드는데 고민을 해야 하며 이후 난각표시 기준변화와 같은 소소한 제도들을 도입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계란의 유통구조가 낙후 되어 있는데 거기에 어울리지도 않는 또 실행되기도 힘든 제도를 새로 도입해 덧입힌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계란산업의 선진화라는 큰 그림을 이해당사자와 충분히 토론하며 만들고 일의 순서를 정해 하나씩 해결해 나가는 치밀함이 필요해 보인다.

먼저 계란유통센터를 통한 유통일원화, 유통센터 내 검사시설 완비, 검사 항목 및 기준 설정 등의 단계를 밟아 나가는 식으로 로드맵을 만들고 이를 점검해 나가야 한다. 산란일자 표기가 신선한 계란이 소비자에게 판매되도록 하기 위함이라면 지금이라도 당장 계란의 냉장유통을 의무화 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사안이 시급하다며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제도들을 가져다가 시행하면 자칫 제도 간 상충이 발생하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제도만 만들다 보면 현장에서 지켜지지 않는 일도 발생할 수 있다.

식약처와 농림부는 이해당사자 그리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계란유통구조 TF를 발족시키고 계란산업을 정상화 시키고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큰 그림을 그리는데 열중할 때다. 계란산업 그리 만만치 않다. 이미 올 초 AI 때문에 계란 값 폭등으로 고생했고, 이번에는 살충제 잔류 때문에 고생했으니 이번에는 근원적 대책을 만드는데 조금 더 시간을 투자했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