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진단 정의
2014년 농업계 5대 유통이슈
해답은 있다
2014. 12. 27. 22:10
|

|
|
친환경농업 관리부실
|
친환경농산물을 재배하는 농가가 거리로 나왔다. 한국방송 KBS가 친환경농업의 문제점을 파고드는 탐사보도를 하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결국 수위가 대폭 낮아지고 국내 농업계의 입장이 반영된 처음 기획됐던 것보다는 그나마 균형 있는 보도로 마무리됐지만, 그 동안 관리 부실 문제 등이 부각되며 친환경농산물의 신뢰에 큰 상처를 안겼다. 부실 민간 인증기관이 대거 퇴출되고, 농민 상당수도 돈은 안 되고 힘만 드는 친환경농업을 그만두겠다며 인증을 포기했다. 그리고 친환경농법을 지키지 않은 상당수의 농가도 인증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 비슷한 시기 서울시의 친환경농산물급식사업이 지방선거의 쟁점으로 부각되면서 친환경농산물은 이리치고 저리 치이는 한해가 됐다.
이 같이 친환경농업이 문제가 된 것은 빈곤한 철학의 부재가 원인이었다.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농사를 일정기간 짓게 되면 인증되는 것이 친환경이 아니라 환경과 생태계에 부담을 주지 않는 환경 친화적 농법을 실천하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한 방법으로 생화학적 농자재의 사용을 멀리하는 것인데 본말이 전도돼 농가도 소비자도 무농약이 친환경의 전부로 알고 있다. 결국 돈을 보고 달려들었던 농가들, 단순히 농약이 없어 안전하다고 달려들었던 소비자들 모두 친환경농업의 가치와 철학을 몰랐기에 친환경농업을 포기하고, 친환경농산물을 불신하는 상황에 오게 된 것이다. |
우울한 풍년
|
배추는 2년째 풍작이었고 마늘, 양파, 고추도 마찬가지로 풍년이었다. 쌀마저 예상을 뛰어넘는 풍작에 우리 농촌은 기뻐하고 있을까. 자급하기도 쉽지 않았던 시대의 농촌이라면, 풍작은 풍요로운 겨울을 날 수 있는 그리고 잉여 농산물을 판매해 현금을 만질 수 있는 기회였다.
이는 시장이 개방되지 않았던 1980년대까지의 이야기다. 언제든지 농산물을 수입하고 수출할 수 있는 개방농정 시대에는 그러한 기회는 사라지고 말았다. 부족하면 수입농산물이 유입되며 수요와 공급의 균형을 찾아 가격이 안정되지만, 반대로 풍작으로 공급량이 늘어나면 우리 농산물은 해외로 나가지 못한다. 비싼 가격 탓도 있고, 잉여 농산물이 계속 쏟아져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해는 봄에는 양파와 마늘이 그리고 여름에는 고추가 가을에는 배추와 쌀이 계속해서 작황이 좋아 가격이 좋지 않았다. 농촌에는 풍년이라는 용어는 사라지고, 작황이라는 표현이 주로 쓰이고 있으며, 상업농이 주류가 된 농촌에서 풍년은 우울한 소식이다. |
육계산업 장기불황
|
육계산업이 민간주도의 계열화가 진행된 이후 최악의 불황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전까지의 위기와 불황이 인수공통전염병인 AI에서 왔다면, 이번 불황은 조금이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계열화사업자들 간의 경쟁의 산물이고, 그중 열위에 있던 회사들이 하나둘 부도가 나면서 이들 기업과 거래하는 농가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 농민들은 개별경영체로 자신이 확보한 농지와 축사에서 경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요와 공급에 문제가 생겨 가격이 하락하면 모든 농가가 가격 하락의 영향을 받고 반대로 가격이 상승하면 모든 농가들이 혜택을 받는 하나의 경영체와 같은 모습을 보여 왔다. 하지만 기업 등이 중심이 돼 계열화가 완료된 품목은 이와는 다르게 경쟁력이 있는 회사와 거래하는 농가가 돈을 벌게 되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회사와 거래하는 농가는 돈을 적게 버는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육계산업의 장기불황에도 이 공식은 그대로 적용돼 작은 회사와 거래하는 농가들은 불안한 사육환경에 그대로 노출돼 있으며 최근 부도가 난 청정계와 거래하는 농가는 앞으로 닭을 키울 수 없는 상황이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

우유 수요의 실종
|
국내 낙농유가공산업은 시유와 발효유, 조제분유 세 가지 제품군만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일반적으로 낙농선진국들이 시유와 발효유와 함께 다양한 치즈제품이 주력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국내 유가공업계는 치즈의 경우 외국에서 수입을 해 재포장해 판매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치즈는 장기보관이 가능하고 다양한 요리 식재료로 사용되기 때문에 경기변동 수급불균형 시에도 낙농업이 흔들리지 않게 하는 토대가 되나 국내 낙농유가공산업은 치즈시장을 해외에 내준 터라 수급불균형 발생 시 뾰족한 대안을 만들 수가 없다.
분유로 가공을 해 저장을 하기는 하지만, 분유로 가공하면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많은 손실을 입게 되어 있어, 되도록 이면 시유나 발효유 등으로 판매를 해야 한다.
국내 낙농유가공산업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지속되고 있는 장기 저 출산의 영향으로 시유, 분유, 발효유의 수요는 줄어든 반면, 다양한 식재료에 응용되는 치즈의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결국 수요가 늘고 있는 치즈산업을 포기한 대가를 톡톡히 치루고 있는 것이다. |
로컬푸드
|
우울하고 고통스러운 뉴스만 이어졌던 2014년에 그나마 희망적 뉴스가 있다면, 로컬푸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뜨거운 반응이다. 용진농협의 로컬푸드 직매장의 성공 스토리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지역에서 소비하자는 운동이 힘을 얻고 있다. 1990년대 초 시장개방을 앞두고 농협이 펼친 신토불이 운동이 국민의 큰 공감을 얻었지만, 그 실천 방법은 빈약했던 것과 달리, 로컬푸드 운동은 구체적 유통방식과 행동요령이 전파되며 생겨나는 매장마다 소비자들이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농산물유통정책이 전업농이 생산한 농산물을 어떻게 유통시킬 것이냐에 모아졌고, 산지조직화, 산지유통센터, 도매시장 등 각종 제도와 인프라 건설의 중요성이 제기 됐지만 영세 소농을 위한 최적의 유통방식으로 제기된적이 별로 없었다. 하지만 로컬푸드 운동이 힘을 얻으면서, 이른바 대안유통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중소농의 농산물을 판매할 수 있는 채널이 만들어지면서 우리 농업의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고 불신이 앞서던 소비자들에게 보다 믿을 수 있는 먹거리로 좋은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