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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분야 대형팩커 시장과 소비자가 선택
해답은 있다
2011. 1. 14. 15:47
축산분야 대형팩커 시장과 소비자가 선택
FTA 막을 수 없는 대세...경쟁력 확보 위해 노력해야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
축산경제가 2011년 신묘년 새해를 맞아 진행 중인 새해 연두 릴레이 인터뷰 ‘우리 축산업의 길을 묻다’에서 김홍국 하림그룹 회장은 수출을 해 먹고 사는 우리나라에서 FTA는 막을 수 없는 대세라며 우리 축산업계는 반대 이전에 가격 및 품질 경쟁력 확보를 통해 추가 개방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형패커 육성과 관련해 패커는 정부가 육성하는 것이 아니라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라며 농가들에게 보다 높은 소득을 보장하고 소비자에게 신뢰를 받는 기업이 결국 대형패커로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다음은 김홍국 회장과의 인터뷰 전문이다.
김재민 기자<zm9419@gmail.com>
▲우리 대한민국이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 전자제품 등을 외국에 수출해 먹고 사는 나라다 보니 FTA 추진에 공을 들이고 있고 우리 축산업계가 반대 한다 해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대비가 무엇보다 필요한데 우리 사육부분 가격 경쟁력이 경쟁국의 45% 수준임을 감안할 때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육계의 경우 하림 등 주요 계열주체들이 치열히 경쟁하면서 사료요구율만 보았을 때 경쟁국의 80~85%까지 끌어 올렸다.
돼지도 조금만 노력하면 60% 수준까지는 가능하리라 본다. 여기에 우리가 생산하는 축산물의 품질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 올린다면 완전히 시장이 개방된 상황 속에서도 경쟁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 계열화된 닭고기 시장의 경우 주요 수출국과 견주어 어느 정도 경쟁력을 갖췄다 볼 수 있지만 돈육부분은 품질이나 가격 모두 취약한 상황이다. 하림그룹의 선진과 팜스코 등 양돈계열사들도 이와 마찬가지로 보이는데.
▲가격 경쟁력만을 확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앞에서 지적한대로 세계 최고수준의 돼지고기를 만들지 못한다면 우리 양돈농가와 우리 팜스코나 선진과 같은 양돈계열화사업체 모두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현재 조선 기술의 발달로 인해 배가 빨라지고 있어 수입 돈육의 국내 도착 시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비싼 값에 돈육을 소비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일본 시장에 대한 매력이 주요 수출국 사이에 있다.
우리는 목심과 삼겹살 일본은 안심, 등심에 대한 수요가 있다 보니 칠레의 아그로수퍼의 경우 2014년 돈육무관세화가 되는 시점에 맞춰 수출물량을 확대하기 위해 전용농장과 사료공장 등 대단위 양돈단지를 새롭게 조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유럽까지 우리 시장에 무관세로 진입할 경우 현재 70% 수준의 돼지고기 자급이 위협받을 수 밖에 없다.
지역 주민들과 축산농가들의 반대로 추진이 무산된 안성종합축산물처리장은 이러한 고민에서 추진됐던 것이다. 데니쉬크라운이나 아그로수퍼 등 우리 경쟁국들이 보유한 도축장과 육가공공장 이상의 최신설비를 수도권인 안성에 지어 우리 소비자들에게 우리 축산물의 품질경쟁력이 높아졌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
― 일각에선 하림그룹 등 축산전문 대기업 중심의 축산시장 구조조정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가 높다. 안성축산물종합처리장의 무산도 이러한 견제 심리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의 순수한 의도가 제대로 전달되지 못해 안성 사업이 좌절됐다고 본다. 하지만 글로벌 경쟁체제로 재편될 미래 축산시장을 감안한다면 누가 됐든 투자는 필요하고 산업을 이끌 리딩컴퍼니는 필요하다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그것이 협동조합이 됐든 하림과 같은 사기업이 됐든 간에 국내 축산시장을 지키고 축산농가들을 커다란 울타리 안에서 보호할 수만 있다면 문제되지 않는다고 본다.
하림이 지난 20여 년간 계육부분 리딩컴퍼니로 역할을 해오면서 85% 닭고기 자급시장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기여했다. 현재 일본의 닭고기 자급률은 70%, 돈육은 55%로 자급률이 우리보다 낮은 것도 문제지만 리딩컴퍼니 역할을 해외수출업체들이 맡고 있다 보니 자국 물량이 수급조절 물량으로 사용되는 등 산업주도권을 빼앗겨 버렸다.
― 대형패커 육성 이야기가 정부로부터 나오면서 축산전문 대기업 중심의 패커 육성은 자칫 외국기업의 M&A 대상이 될 수 있고 이익도 농가가 아닌 주주들에게 돌아가기 때문에 협동조합이 대형패커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협동조합도 망할 수 있고 협동조합이 협동조합 색깔을 버리고 주식회사로 전환한 예도 찾아 볼 수 있다.
미국의 닭고기 계열업체가 십 수 개가 경쟁했지만 모두 문을 닫고 몇 년 전 미국의 3조 매출을 올리던 골드키스트 협동조합이 필그림스프라이드로 넘어간 후 3년 전에 다시 브라질 JBS로 넘어갔다. 이러한 사례는 매우 많다. 우리나라도 충북육계조합, 전북양계조합 등 육계전문조합이 모두 망했고 상당수의 낙농우유조합이 문을 닫았다.
협동조합이냐 기업 형이냐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시장에서 농민들에게 수익을 많이 보장하고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받느냐에 있다.
협동조합이 사기업보다 우월하다면 농가들이 다 협동조합으로 가야하지만 우리의 실상은 그렇지 못하다. 우리와 거래하는 양계농가, 양돈농가들이 협동조합으로의 대거 이동했다는 보고를 듣지 못했다.
대형패커는 정부가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시장의 선택에 달려 있다. 협동조합과 기업 중 누가 더 많은 이익을 농가에 보장하고 더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할 수 있느냐가 경영체의 규모화를 판가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익배분 문제도 기업의 주식을 농가들이 매입하면 된다. 실제로 하림계약사육농가 상당수가 하림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 하림이 리딩컴퍼니로서 역할을 하고 있고 축산부분의 선진화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하림은 계속 공격을 받고 있다.
▲우리와 직접 거래를 하고 있는 농가들은 하림을 공격하지 않는다. 다만 일부 시장에서 소외됐던 세력들이 사실을 부풀리고 있다.
거기에 하림이 선도 기업으로서 역할을 하고 소비자들에게 가장 많이 알려진 기업이다 보니 유명세를 받고 있다.
육계계열화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first mover, past follow 역할을 하림이 해오며 시장을 개척하고 있지만 지적한대로 외부의 질타와 공격을 계속 받아오고 있다. 이에 반해 다른 육계업체들은 우리가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만들어 놓은 시장과 모델을 아무런 견제 없이 벤치마킹하며 적은 비용으로도 시장에서 성공을 하고 있다.
여러 공격과 음해성 모함에도 우리가 윤리경영하며 정도를 지켜 앞으로 나가면 오해는 시간이 지나면 해소될 것이라는 생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공론화장에서는 결코 피하지 않았다. 지난번 국회 토론회가 다섯 번째 공론화 장이었지만 결론은 하림이나 김홍국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었다.
리딩컴퍼니는 개척자다. 유명세도 받아야 하고, 연구도 투자도 광고도 해야 한다. 개척자가 개척해 놓으면 후발주자들은 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 그러한 긍정적인 면을 봐주었으면 한다.
― 하림이 닭고기에서 시작해 사업영역을 양돈으로 확장하고 있고 하림과 비교되는 이지오바이오는 양돈에서 시작해 닭고기로 영역을 확대하며 양측 모두 부담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현재 사육부문의 경우 생산성을 선진국과 비교하면 돼지가 45%, 닭이 70% 수준으로 사실상 경쟁에서 크게 뒤쳐져 있다. 선의의 경쟁이 가능하다면 이를 통해 국내 축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제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때문에 누가 이 분야의 사업에 진출한다고 해서 반대하지 않는다.
선진, 팜스코 인수할 때 우리는 남들이 보지 못한 부분을 보고 인수를 결정했다. 우리가 저 회사를 인수하면 과거보다 훨씬 잘 할 수 있다는 믿음과 계획이 있었고 하림그룹으로 인수된 이후 모두생산성, 매출, 영업 등 모든 면에서 눈에 띨 정도로 개선됐다.
― 마지막으로 김홍국 회장은 미국의 타이슨푸드를 롤모델로 삼아 하림을 성장시켰다고 말해 왔다. 현재 하림그룹은 카길, 칠레의 아그로수퍼 같은 종합축산기업으로 변화하고 있다. 하림그룹의 롤 모델은 무엇이고 앞으로 추구하는 목표를 듣는 것으로 오늘 인터뷰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양돈부분의 경우 태국의 CP가 우리를 압도하고 있다. 곡물수매, 돼지생산, 사료 등에서 배울 것이 매우 많다고 보고 있다. 타이슨, 아그로슈퍼, JBS를 first mover라고 생각하고 하림은 이들 기업의 장점들을 흡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앞에서도 언급한 사육부분 생산성을 어디까지 올릴지 고민이다. 100%는 불가능하다. 이들 글로벌 first mover의 60~70%수준까지 올리고 나머지는 품질로 경쟁하겠다.
하림이 닭고기산업의 표준이 된 것처럼 다른 부분에 있어서도 표준으로 선도 기업으로 앞서나가 전체 축산업의 생산성과 품질을 끌어 올리도록 하겠다. 더불어 윤리경영,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한국적 계열화 모델을 완성해 완전 개방된 축산시장에서도 우리 축산업이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유지, 축산시장을 지켜 나갈 수 있도록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