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 싸구려 이미지 극복해야
롯데마트 ‘통큰치킨’이 남긴 후유증 자조금 통해 닭고기 싸구려 이미지 극복 해야 치킨가격 거품 논란 일어 외식업계 곤혹 김재민 기자,jmkim@chukkyung.co.kr
파격적인 가격(5000원)을 무기로 롯데마트가 ‘통큰치킨’이란 브랜드로 후라이드치킨을 판매하면서 발생한 치킨외식업계와 롯데마트 간 갈등이 롯데마트의 치킨사업 철수 선언으로 일단락되는 듯 했지만 유명프렌차이즈 업체의 치킨가격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가격 거품 논란으로 번지면서 치킨외식업계가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최근 치킨 값이 지나치게 올랐다며 물가안정 등의 이유를 내세워 주요 치킨외식업체에 대한 담합수사에 나서는 등 치킨외식업체들을 압박하고 있다.
롯데마트가 치킨상품을 런칭하겠다는 발표를 했을 당시만 해도 언론들은 대표적 서민 업종인 치킨까지 대기업들이 진출한다며 도덕성 문제를 집중 거론했고 신세계 이마트의 피자사업 진출 등과 겹치며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출시 일주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도덕성 논란을 이겨내지 못한 롯데마트가 사업철수를 선언했지만 소비자들은 시중에 판매되는 치킨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오히려 아쉬움과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에 이르렀다.
실제로 BBQ, 교촌, 굽네치킨, 또래오래 등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들의 후라이드치킨 등 대표상품의 가격은 1만7000원 내외로 롯데마트가 출시했던 통큰치킨 가격의 세배를 넘어서고 있다.
치킨외식업계는 생닭매입가격과 재료비와 인건비, 임대료 등을 고려할 때 적정가격이라고 주장하고 있고 롯데마트 측이 생산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미끼상품으로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며 난감해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위에서 언급했던 대표 치킨 브랜드들의 가격은 최근 2~3년간 약 20~30% 인상된 것이 사실이다.
이 같은 가격 인상에는 생계가격이 3년 전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기 때문인데 당시 곡물가격이 폭등하자 닭을 공급하는 주요계열주체들이 종계숫자를 큰 폭으로 줄이면서 강력한 수급조절에 나서며 생계가격 상승을 주도했고 주재료인 생닭 가격이 상승하자 이에 편승해 각 외식업체들이 일제히 치킨 가격을 인상했다.
2008년 이전의 생계가격은 성수기와 비수기 가격차가 50%를 오갈 정도로 가격 진폭이 크고 특히 수급상황에 따라 가격의 등락이 많아 수급조절이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지만 육계부분이 수직계열화체제로 전환된 이후 계열사 간 점유율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필요이상으로 닭 사육숫자를 늘리면서 10여년 넘게 생산비 수준에서 생계가격이 형성돼 왔다.
2008년 이전까지 생계가격은 800원~1300원(성수기 제외) 수준에서 형성됐으나 수급조절에 나선 2008년부터 서서히 가격이 상승, 3000원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가격을 유지했고 올해의 경우 4/4분기 물량증가와 소비둔화로 생계가격이 1600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올 3/4분기까지 닭고기 가격은 1800원대 이상에서 형성되며 주요계열주체들의 영업이익은 사상최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과잉 생산된 닭고기는 팔지 못할 경우 냉동을 해야 하는 부담(가격하락, 물류비 증가)으로 계열주체들은 주요 수요처인 치킨외식 업체와 대형유통업체에 덤핑이 관행처럼 굳어지는 등 출혈 경쟁을 마다하지 않았고 주요 치킨외식업체들의 경우 저가로 원료 구매가 가능해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제품가격을 1만3000원 수준에서 유지할 수 있었고 소비자들 사이에 닭고기와 치킨은 저가 상품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가격이 많이 상승했다 해도 돈육, 우육 등과 비교해 현재의 닭고기 가격은 매우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10년 넘게 싸구려로 인식됐던 닭 가격이 갑작스럽게 오르니 저항이 일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과당 경쟁을 넘어서 안정기에 들어선 생산부분을 고려할 때 예전처럼 생산비 이하로 닭고기를 공급하는 일은 없을 것이기에 지금시점에서 닭고기 가격을 내리거나 치킨가격을 내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육계자조금을 통해 닭고기의 우수성과 합리적인 가격을 소비자에게 알리는 적극적인 홍보를 통해 싸구려 이미지를 없애는 것이 현재 범 육계부분의 해야 할 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