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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업계 'fat'(지방) 출구전략을 마련하라

해답은 있다 2010. 2. 19. 10:10

 “축산업계, 소비자 욕구 직시하고 있는가”

소비트랜드 극격히 변화하고 있는데 축산업계 여전히 지방타령

축산업계 'fat'(지방) 출구전략을 마련시급하다

 

 

 

 

 

 

 

한우의 사육기간 단축문제가 한우업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청와대 업무보고를 통해 처음 언급된 이번 한우 사육기간 단축 계획은 단순히 사료비 절감 문제를 넘어 한우고기의 지방 함량을 낮추려는 시도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견해다.

축산물 소비트렌드가 최근 급격히 변화하는 것을 감안해 정부가 사료비 절감과 함께 지방축소까지 할수 있는 사육기간 단축이라는 일석이조의 처방을 내렸다는 것이다.

 

소비자들 맛 보다 건강 우선

축산물 소비패턴의 변화 신호는 닭고기에서 먼저 나타났다. 닭고기의 대표적 비선호 부위였던 닭가슴살의 소비가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증가하더니 닭고기 부분육 중 전통적 선호부위인 닭다리를 앞지른 상황이다.

수입 닭고기의 경우 전체 수입물량은 아직도 닭다리나 날개 등이 대세지만 냉동 닭가슴살의 수입 증가율은 폭발적이어서 저칼로리 다이어트 식품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닭가슴살의 소비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닭고기 식습관의 변화에 정부도 닭가슴살 수율을 높이기 위한 대형닭 생산계획을 발표했고 국내 최대 닭고기 계열업체 (주)하림의 경우 국립축산과학원과 시험 연구를 실시하는 등 소비패턴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소비패턴 변화 대응 둔감

양계부분의 이러한 움직임과 달리 전체 축산업계로 봤을 때는 소비패턴 변화에 대한 대응은 미진한 상황이다.

한우, 육우, 양돈 등은 구위용 부위 수율을 높이기 위한 경쟁과 함께 좀 더 풍미를 증진시키기 위한 마블링 경쟁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양돈업계가 뒤늦게 마블링 등을 기본으로 한 육질등급제를 도입했고 지방이 적은 3등급 출현율이 높은 육우는 2등급 출현율을 높이기 위해 기술을 총동원하고 있다.

한우는 최근 몇 년간 1등급을 3단계로 세분화했으며 등급 간 가격차가 더욱 커지면서 농가들이 하이마블링 제품 생산에 더욱 뛰어 들고 있는 상황이다.

낙농부분은 지난해 연구용역을 통해 지방에 편중됐던 인센티브를 축소하고 유단백을 산정체계에 포함시킴으로써 지방 축소 계획을 공식화 했지만 지방에 대한 인센티브 축소 폭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중장기적으로 원유에서 지방을 줄여가기 위한 대안 등이 마련되지 못해 소비자들의 욕구보다는 생산자들의 편이에 더욱 신경을 쓰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나타내고 있는 육류와 유제품의 동물성 지방이 꼭 인체에 해로운 것만은 아니다. 육류와 유제품의 지방은 인체에 축적되기 쉬운 포화지방이라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몸을 구성하는 필수지방산을 포함하고 있고 축산물의 특유의 맛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비중을 갖고 있다.

특히 국내의 육류소비 패턴이 구이 위주인지라 지방의 역할이 더욱 중시되고 있는데 1980년대 후반 대중에게 선을 보인 삼겹살 등의 구이는 1990년대 중반 자리 잡으면서 돈육의 삼겹살, 우육의 갈빗살과 등심의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키며 정부 및 민간의 연구 및 육종 방향도 이들 부위의 수율 증가와 풍미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지금까지 집중되고 있다.

 

GNP 3만 달러 시대 준비해야

20여 년 전 GNP 1만 달러 시대 확립된 식문화에 축산물 전체의 규격을 맞추고 연구를 지속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내 전 산업계가 GNP 3만 불 시대를 준비하자며 선제적 투자를 하고 트렌드의 변화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독 우리 축산업계 만은 소비자 욕구를 반영한 축산물 생산보다는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생산자의 편의만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당장의 변화가 일시적으로 농가들의 수입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고 20여 년 전 시작된 식문화가 정점에 달해 있는 상황에서 현재의 트렌드를 거스르는 것이 모험으로 인식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차원에서 미리 준비하며 홍보해 나간다면 오히려 농가들의 충격을 줄여주면서 소비자들의 식문화를 선도해 우리 축산물이 FTA시대 경쟁국들의 수입축산물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실수 되풀이 말아야

2000년대 들어 국내산 원유에 대한 가공수요가 개방으로 사라지고 저 출산과 식음료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과 식문화 변화로 시유의 소비가 정체에 빠졌지만 이를 돌파하기 위한 자구책은 마련되지 못했다.

만약 당시 선진국 등의 사례를 분석, 저지방 소비 패턴 변화에 미리 대응해 2000년대 초반부터 차근차근 원유의 저지방화를 준비했다면 2000년대 후반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는 닭가슴살 못지않게 저지방 우유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는 어느 때보다 늘어났을 것이다.

이제 축산업계는 지금까지 맹신했던 지방을 포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할 때가 왔다.

요즘 출구전략이라는 이야기가 많이 회자되는데 소비자들이 갑작스러운 맛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수준에서 축산물의 지방함량을 낮추기 위한 출구전략을 마련, 단계적으로 시행에 옮길 필요가 있다. 만약 미리 준비하지 못한다면 모든 축산물이 소비증가로 호황을 누리고 있는 시기 생산 감축을 해야 했던 낙농업계의 어려움을 육류부분도 겪을 공산이 크다.

김재민 기자 jmkim@chukkyung.co.kr

 

▲축산물 소비패턴의 변화 신호는 닭고기에서 먼저 나타났다. 닭고기의 대표적 비선호 부위였던 닭가슴살의 소비가 몇 년 전부터 서서히 증가하더니 최근 프리미엄 부위로 각광받고 있다. 사진은 닭가슴살 정육과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하림이 출시한 슬림 닭가슴살 캔 제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