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이후 한우 맛 변할 수 있다
조사료 확대 정책 실효성 분석
육류 소비패턴 변화에 부응해야 성공
소비자들 곡물 비육 쇠고기 선호
김재민 기자, jmkim@chukkyung.co.kr
농림수산식품부가 올해 조사료 자급률을 85%로 확대하고 2012년에 90%까지 끌어올리기로 하면서 한우와 낙농 등 수혜품목의 생산비 절감 가능성에 농가들은 기대를 걸고 있지만 단기간 내에 사양체계의 변화 등 뒤따라야 할 부분이 많아 세심한 준비가 요구되고 있다.
■ 쇠고기 맛의 변화 고려해야
정부가 발표한 조사료 재배면적 확대 계획은 단순히 조사료의 생산량 증가를 넘어 소 사양체계에서 조사료 비중이 높아지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이에 따른 쇠고기 맛의 변화 또한 감수해야 한다.
청보리 위주로 한우고기를 사육해도 배합사료 비육우와 비교해 등급 출현율은 전혀 뒤지지 않고 오히려 더 좋게 나오는 것으로 관련 연구 결과가 여럿 나와 있지만 이는 마블링 등 육안 검사에 따른 기계적 등급일 뿐이어서 등급은 좋은데 맛은 예전만 못한 쇠고기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미 국내 쇠고기 소비층들은 곡물비육 쇠고기에 맛이 들여져 있고 특히 지난 10여 년간 품질고급화 노력에 따라 곡물을 활용해 생산된 고급육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상황에서 맛 변화 등을 신중히 고려하지 않을 경우 이번 정책은 자칫 소비자들로부터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
■ 조사료 위주 사양 대비해야
국내 축우의 사육은 전적으로 배합사료에 의존해 왔기 때문에 조사료 확대 정책은 이 같은 배합사료 의존체계를 탈피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조사료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소의 생리적인 면에서도 긍정적인 요인이나 수십 년간 이어온 배합사료 위주의 사육을 버리고 단기간에 조사료 위주의 사육으로 넘어 갈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예단할 수 없다.
현재 대부분의 농가들은 사료회사나 축협에서 제공하는 사양체계에 따라 소를 키우고 있다.
조사료가 메인이 될 경우 누가됐든 메인 사료인 조사료 위주의 신 사양체계를 농가들에게 보급하고 사육과정에서 실수가 없도록 세심하게 돌봐야 하는데 농가들이 새로운 사양체계에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과 실증자료를 제시해야 만 조사료에 대한 소비가 늘어날 수 있다.
급여의 편이성도 살펴봐야 한다. 조사료급여로 사료비 절감 효과가 클 것으로 정부에서는 홍보하고 있지만 세팅되어 있는 급여프로그램과 자동사료급이기를 통한 사료급여보다 편이성, 노동력의 절감 면에서는 불리할 수 있다.
조사료 급여 편의를 위해 TMR사료가 각광받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문제는 개체관리를 하는 한우나 젖소를 TMR사료로 전환할 경우 개체관리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낙농의 경우 개체관리프로그램을 통해 유량 등을 기준으로 사료급여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TMR 사료는 소 능력에 따라 급여량 조절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TMR 사양이 많이 보급된 낙농목장과 달리 비육우 농가들의 경우 조사료 위주의 사양에 익익숙하지 못하다. 이를 감안한 사양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실증연구를 통해 농가들이 새로운 사양체계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농가들에게 새로운 프로그램의 전달이 중요한데 농가들과 밀착되어 있는 사료회사 그리고 축협 등과 협조해 다양한 교육기회를 농가들에게 제공할 필요가 있다.
■ 보관 장소 확보 선행돼야
조사료의 생산량이 늘어난 다는 것은 생산된 조사료의 보관 방법까지 강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사료의 이모작이 든, 조사료와 벼의 이모작이 든 간에 이모작을 위해서는 더 이상 대형곤포사일리지를 논에 방치할 수도 없다. 필요할 때마다 사료공장으로부터 구매하는 배합사료나 수입건초와 달리 최소 6개월간 급여할 조사료는 어딘가에 보관해야 한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대안이 현재로서는 없다.
품질의 변화를 최소화하면서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필요할 때마다 반출해 사용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한데 미곡보관창고와 비슷한 공공 보관 장소나 조사료가공공장 등에 원료창고의 건설 지원 등 물류부분에 대한 세심한 지원이 요구된다.
■ 벼 수급불안 해소 일환은 곤란
보리에 이어 쌀 수급불안 문제를 정부는 이번에도 조사료로 넘어서려 하고 있다.
쌀 수급불안으로 초래된 이번 정책에서 축산 농가들이 덕을 보기 위해서는 조사료의 품질 그리고 이를 활용해 생산된 쇠고기의 품질이 보장돼야 한다.
조사료의 재배기술에서 시작, 가공기술, 사양체계의 변화, 쇠고기 맛의 변화, 조사료이용의 불편함, 물류 인프라 등 앞에서 지적한 여러 문제를 소홀히 할 경우 자칫 농가들이 조사료의 이용을 기피하거나 소비자들로부터 생산된 축산물이 외면 받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 조사료의 이용률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쌀 수급불안을 넘어서는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단순히 조사료 확대 정책을 벼 수급불안 문제 해결용으로 인식하지 말고 경종농가, 축산농가, 소비자까지 고려해 정책이 집행되도록 해야 이번 사업의 성공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