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지역 육계계열화사업 명암 조명
호남지역 육계계열화사업 명암 조명 “육계 계열화 농가 상대평가 반드시 개선해야” 김재민 기자,jmkim@chukkyung.co.kr 등록일: 2008-10-24 오전 11:42:43
하림의 양돈업 진출에 따른 논란과 갈등, 하림과 육계농가 간 육계 계열화 계약상의 불공정 논란이 올해 국정감사 도마에 올라 주목됐었다. 이를 두고 양계산업계 내부에서는 “육계계열화 20년의 명암이 아니겠느냐"면서 “그동안 누적돼 온 불만과 문제점이 국감을 통해 표출된 것"이라는 반응을 드러냈다. 본사는 대한양계협회와 국내 양계산업을 담당하는 전문기자단(본사 김재민 기자 포함)이 대표적인 육계계열화사업 지대인 전남·북 일원 현장 방문과 밀착 취재를 통해 육계계열화 사업 20년의 명암을 조명해 보는 공동기획을 수행했다.
■ 계약사육 농가 ‘상대평가제’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현장 방문과 밀착 취재에서 첫 인터뷰에 응한 한 육계 계열농가는 “아무리 닭을 잘 키워내도 출하시점에 공교롭게 닭을 하나같이 잘 키운 농가가 많을 경우 노력에 대한 금전적 보상은 작아질 수밖에 없는 게 상대평가의 가장 큰 맹점이자 모순"이라고 털어놨다.
이로 인해 자금력이 여유가 있어 시설 투자에 앞서 나가는 농가는 계속해서 돈을 벌지만 그렇지 못한 농가들은 손익분기점 내외에서 허덕이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다는 게 농가들이 공통된 설명이었다.
특히 많은 수고와 노력으로 지난번 출하 때보다 월등히 잘 키워 내도 내가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를 알 수 없는 불확실성 상위농가와 하위농가 간 소득 격차로 농가 간 불신도 커지고 있는 상황은 상대평가가 낳은 문제라는 것이 농가들의 주된 주장이다.
2주간 80농가의 출하 성적을 비교하고 있지만 정산서에는 1위부터 80위까지의 농가 순위공개가 투명하지 않아 계열 주체인 하림에 대한 불만이 더욱 심화하는 것으로 비춰졌다.
이와 관련, 전남지역 농가들은 상대평가를 다른 계열들과 마찬가지로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며 농가들이 노력한 만큼 소득이 보장돼야 농가들도 하림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원자재 통일 안 된 상황서 상대평가는 무리
상대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원자재의 통일이 안 된 상황에서 이에 대한 보정 없이 똑 같은 기준으로 점수를 부여한다는 데 있다.
농가들은 사육기술이나 계사에 대한 투자 이전에 계열사가 공급하고 있는 병아리의 품질이 일정치 않고(종계 산란초기 피크, 산란후기 따라 품질 달라져), 병아리의 품종차이, 사료품질의 차이 등을 고려하지 않고 평가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대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 농가는 어떤 농가는 점수 좀 높게 받겠다고 계열이 공급하는 사료 이외에 몰래 다른 사료를 사다 먹이는 경우도 봤다며 절대평가가 아닌 상황에서 그렇게 해서 성적을 높게 받는다면 다른 농가가 받을 몫을 빼앗는 결과 밖에 되지 않는다며 상대평가의 보완을 넘어 절대평가로 바꿔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 목소리 높일 기회가 없었다
이러한 불공정 시비에 하림 농가들은 어떻게 대응했을까.
하림에는 지역별로 농가협의회가 조직되어 있다. 각 협의회대표들의 모임이 있고 이들과 하림 경영진의 협의도 물론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약 3년6개월 전에 출범했다는 하림협의회는 출범까지 상당한 진통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림에서는 아주 건설적으로 잘 협의가 이뤄지고 있고 농가들도 문제가 있으면 지역소장과 협의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면 대부분 해결된다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하림 측과 큰 마찰을 빚으며 협의회를 출범시켰던 계열농가 지도부 대부분이 현재 하림을 떠나 있다는 데 있다.
하림에서는 이들과의 계약을 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불이익을 주지는 않았다고 밝히고 있지만 농가들은 교묘하게 불이익을 줌으로써 농가 스스로 떠나게 했다고 증언했다.
농가들이 받는 불이익 중 하나는 입추지연.
일 년에 5회 정도 입추를 해야 먹고 살 수 있지만 병아리 입추시기를 지연시켜 회전수를 줄여 버리는 일이 있고, 품질이 나쁜 병아리(질병이나 초산 노산 닭의 병아리 공급)를 연속해서 공급, 손해를 보게 하는 방법이다.
실제로 어떤 농가는 자신은 이렇게 성적이 잘 나와 돈을 벌고 있는데 농가협의회 출범을 위해 노력했던 농가는 병아리를 받을 곳이 없어 쉬고 있는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프다며 농가들이 나서서 문제를 제기했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어 한 농가는 이렇게 불이익을 받는 상황이 연속해서 발생하는데 누가 문제제기를 하겠냐며 최근 소송으로 번진 물류비 문제 등 여러 불공정 행위에 대해 농가들은 할 말을 하지 못하고 계열들의 눈치만을 보고 있다고 전했다.
■ 하림, 대화채널 다각화 문제 해결 강조
김홍국 하림 회장은 지난 17일 하림본사 회의실에서 특별취재 중인 기자단과 면담을 갖고 국감에서 제기됐던 문제와 하림과 계약사육 농가 간의 불공정 논란 및 시비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은 “육계계열화사업이 아직 완전하게 정착하지 못한 데서 일부 문제점이 기인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계열농가들이 경제 및 시장 경기와 상관없이 수익을 올릴 수 있도록 해주면 큰 불만은 없을 것이라는 성과 위주의 사업 추진이 사태를 키워 온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농가들과 1년에 한, 두 차례 정례모임을 갖고 애로와 요구사항 등을 경청하고 직접 챙기겠다"고 약속하고 “상대평가제는 이미 농가협의회와 협의를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가는 과정에 있는 만큼 심려하지 않아도 무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