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최고 쌀브랜드가 발표가 됐다. 익산의 명천영농조합법인이 생산하는 탑마루골드라이스가 주인공이다.
소비자단체협의회와 농림축산식품부가 공동으로 진행한 이번 평가를 보며, 아쉬운 점은 농업계 전문기자인 필자도 최고 쌀로 선정된 탑마루골드라이스를 이번 시상식을 통해 처음 접했다는 것이다. 당연히 함께 우수브랜드로 선정된 쌀 브랜드 대부분이 이번에 처음 알게 된 것들이다.
이미 우수브랜드로 선정된 브랜드는 평가대상에서 제외하고, 명예의 전당 격인 ‘러브미’로 지정되기 때문에 2003년부터 우수브랜드 인증사업을 하고 있는 경진대회의 특성상 소비자들이 알만한 브랜드들은 이번 평가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그나마 소비자가 알만한 브랜드로 오르는 일이 없기 때문에 인지도가 떨어지는 브랜드들이 최고 브랜드로 선정되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주 주간언론동향은 농산물의 판매 촉진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으로 추진되고 있는 쌀의 브랜드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국내 쌀 브랜드는 등록 미등록 상표를 포함해 약 6000여개가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대형할인마트의 경우 업체당 40~50개의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고, 전체 대형마트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6%대로 미미한 하나로클럽의 경우 100개가 넘는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러 브랜드가 시장에 진입해 있지만, 소비자들이 인지하는 브랜드는 지역색이 분명한 브랜드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1차 농산물이 그렇듯이 포장을 하지 않을 경우 소비자가 각 브랜드의 차이를 식별하기 힘들기 때문에 과거부터 밥맛이 좋기로 유명한 지역의 쌀 그리고 공급량이 풍부한 지역 그리고 친환경 이미지와 연결시킬 수 있는 자연환경을 갖춘 브랜드가 소비자들에게 그나마 어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상황은 쌀뿐만 아니라 국내 대다수의 브랜드 농축산물이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다.
제품차별화는 과점된 시장에서 비슷한 상품을 생산하고 있는 기업이 소비자가 자사의 상품이 다른 상품으로 인식하도록 하고, 이를 소비자들이 구별하도록 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쉽게 설명해 다른 경쟁업체보다 조금이라도 유리한 입장에서 판매를 하려는 수단이 제품차별화이다.
제품을 차별화하는 방법으로는 제품자체의 외관, 품질, 성능 등 물리적 특성을 변경시키는 것과, 제품 자체의 물리적 특성은 거의 차별하지 않지만 제품에 대한 고객의 신뢰도, 이미지, 제품에 대한 이해도나 호의적 태도 등 심리적 특성을 변화시키는 방법이 있다.
국내 쌀 브랜드들은 제품차별화를 위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농법의 도입,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품종의 선택, 가장 맛있는 쌀이 나올 수 있도록 시비방법의 개선이나 유기질비료의 사용 등을 하고 있다. 여기에 소비자들이 자사의 상품을 구별해 내도록 브랜드 이름을 짓고, 로고 등을 만들어 포장에 적용하고, 지자체 등과 함께 광고 등을 실시하기도 하고 있다. 문제는 앞에서의 물리적 차별화인 농법의 차별화는 대부분의 브랜드들이 이미 도입하고 있고, 이미지 차별화도 상당수의 브랜드들이 실시하고 있어, 더 이상 차별화적인 요소로 소비자들에게 다가서지 못한다는데 있다.
제품차별화의 핵심은 소비자가 기업들이 실시한 차별화를 인지하느냐에 달려 있다. 다른 기업이 생산하고 있는 동종제품과 물리적인 특성을 달리하는 노력을 많은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했음에도, 소비자들이 다른 기업의 상품과 같은 상품으로 인지한다면 차별화를 위해 쏟아 부은 비용은 물거품이 되고 많다.
이미지 차별화도 마찬가지로, 아무리 많은 광고를 하고, 포장을 바꾼다 해도, 소비자가 이건 그냥 쌀로 생각해 버리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생산자에게는 고품질 브랜드쌀 생산 의식을 고취시켜 FTA 등 개방화 시대 대외 경쟁력을 높이고, 소비자에게는 우리 쌀에 대한 신뢰도를 높여 소비를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한다는 당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풀어야할 숙제이다.
제품의 차별화는 기업 간의 경쟁이 가격을 인하하는 경쟁이 되지 않기 위한 전략이다. 한 시장에 동일한 상품만 생산이 되고 수많은 경영체가 많은 양의 제품을 쏟아 내면 결국 판매촉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가격을 낮추는 길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노력, 가격을 낮추지 않고도 판매를 촉진하고, 아니 더 높은 가격을 받는 이 제품차별화가 쌀에서는 헛수고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이는 상당수의 브랜드 경영체들이 특정 유통채널에 입점하기 위해 시장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입점을 하고 있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소비자가 인지하고 있는 차별화된 브랜드라면 유통업체에 가격을 할인하면서까지 입점할 필요가 없지만, 대다수의 브랜드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할인판매에서 알 수 있다.
제품 차별화 즉 가격이 아닌 방법으로 판매를 촉진하기 위한 노력이 가능해지기 위해서는 시장이 과점화 된 시장이어야 한다. 독점시장은 하나의 기업이 곧 시장이기 때문에 차별화를 할 필요가 없고, 완전경쟁 시장에서는 너무 많은 업체들이 존재해, 개별기업이 가격을 변화시킬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제품차별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결국 3~4개의 기업이 경쟁하는 과점시장에서나 이 차별화가 시도되는데, 쌀 시장은 과점시장이 아니라는데 문제가 있다. 각 업체들이 차별화 시도는 결국 다른 업체들이 이를 수용해 버리기 때문에 앞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더 이상 차별적 요소로 자리 잡지 못하고, 마지막에는 가격 경쟁으로 치닫고 마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공식, 비공식을 합해 6000여개가 경쟁하는 현재의 쌀시장은 완전경쟁 시장이라 봐도 무방하고, 소수의 선호브랜드가 있기는 하지만, 생산량이 지역의 농지규모로 묶여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결국 어떤 쌀 브랜드도 가격을 조정할 만한 힘이 없기 때문에 제품차별화 시도는 전체 쌀시장을 놓고 봤을 때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소비자들이 인지하고 있는 브랜드가 적극적인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불릴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우수브랜드로 소비자들이 인정하고 있는 곳은 대부분 지역의 명칭을 브랜드로 활용하고 있어 시장에 영향을 줄만한 시장점유율을 확보할 수 있는 브랜드는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다.
쌀의 브랜드화 즉 차별화는 제품차별화라는 본래의 의미를 감안할 때 성공가능성은 거의 없다. 차별화를 위해 쏟아 붓는 노력에 비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적다는 것이다. 또 그나마 경쟁력이 있는 지역브랜드를 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제안하는 것은 쌀의 브랜드 전략을 요즘 많이 각광받고 있는 로컬농산물 개념으로 풀어보자는 것이다. 사실 6000여개의 브랜드 중 가장 경쟁력 있는 것은 자기 동네에서 생산되어 자기 동네에서 판매되는 것이다. 서울에서는 여주쌀과 이천쌀 중 어느 것이 더 맛있는 쌀이냐고 물으면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여주에서 이것을 물으면 당연히 여주쌀에 후한 점수를, 이천에서 물으면 이천쌀에 더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이는 다른 브랜드도 마찬가지로 지역 프리미엄이 가장 높게 붙는 지역이 바로 자기 지역이라는 것이다. 생산비 조건에서도 타 지역으로 판매가 되기 위해서는 물류비를 비롯해 각종 비용이 붙게 되지만, 기본적으로 자기 지역에서는 홍보비도 최소화되고, 물류비도 그리 많이 들지 않게 된다.
결국 자기지역에서 판매되는 쌀은 지역의 브랜드를 활용하고, 타 지역으로 판매되는 쌀은 아주 인기 있는 몇몇 지역명 브랜드를 제외하고는 단일브랜드화 하는 것이 이익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농협이 추진하고 있는 전국 단위 쌀유통회사 설립논의는 해당지역을 벗어나면 경쟁력을 상실하는 쌀 브랜드의 경쟁력을 규모의 경제로 풀어낼 수 있는 대안으로 여겨진다. 지역에선 로컬브랜드로 프리미엄 브랜드 대접을 받고, 외부에서는 공동브랜드로 각종 마케팅비용과 물류비용 등을 절감하는 등 규모의 경제를 통해 경쟁력을 갖자는 것이다.
쌀 시장은 완전경쟁 시장과 흡사한 모양을 갖추고 있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생산자가 존재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차별성이 없는 제품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쌀의 브랜드 전략, 판매 전략을 세우는데 있어 이러한 쌀이 처한 시장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먼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 않으면, 브랜드 네이밍을 하는 컨설팅회사, 제품포장지 개발회사 등의 배만 불려주고, 실제 시장에서는 가격 경쟁을 하는 모순을 극복해 낼 수가 없다.